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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 육아/이야기

[WIth ZIon] 1일, 잘가소 내가왔쥐!

by 가을목소리 2021. 2.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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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WISH YOU THE BEST IN YOUR LIFE.

 - 2020. 12. 28

 

새벽 3시 정도 아내가 날 깨웠다.

짧은 시간 벌써 3번씩이나 화장실을 다녀왔는데 느낌이 이상하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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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정일(2021.01.13)이 아직 보름 정도 남았지만 모르는 일이니

한 달 전에 미리 준비해두어야 한다던 출산용품은 1시간 정도에 걸쳐 부랴부랴 가방에 넣었다.

 

그럴싸한(결코 그렇지 않지만) 말로 준비할 일들을 미룬 것 중 하나를 순식간에 마무리했다.

삶이 나를 끌고 가는 순간이었다.

 

새벽 4시 5분 병원가는 길 차 안에서

병원을 가는 길에도 새벽에 갔다가 금세 집으로 돌아올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걸어 들어갔던 이 길을 아내는 누워서 나올 수 밖에 없었다.

새벽에 병원에 도착하니 이미 익숙한 상황이었는지 야외주차장에서 들어가는 출입문도 열어주시고,

엘리베이터도 잡아주셨다.

 

새벽이라 대기할 수밖에 없었다.

이 날 하루가 참 길었지만 유 소장님 만나기 전까지 시간이 가장 길었다.

 

그리고 우리 아내에게는 아마 소장님 만나고부터 마취할 때까지의 시간이 가장 길지 않았을까...

분만대기실에 붙어있는....

바위는 무슨, 아마 우리 아내는 바위로 자기를 짓누르는 느낌이었을 것이다.

 

내가 본 아내 관점 :

 1) 새벽에 양수가 터져 잠도 못 자고 도착해서 유도제 맞아 진통도 다 겪다가 제왕절개해서 선, 후불제 모두 지불.

 2) 하지만 양수가 터져 아이가 크고 자연분만 가능성이 0%에 가까운 상황에서 산모와 아이 모두에게 최선의 길로 인도해준 유 소장님께 감사!

 

10시 30분 정도부터 유도제로 인한 진통은 꽤 견디기 어려웠으며

13시 20분에 바로 수술에 들어갔다.

 

13시 37분 우렁찬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새벽부터 들었던 울음소리 중 우렁찼다.

배 속에서 그렇게 발차기를 잘했는데, 이상할 것은 없었다.

 

그리고 아내는 마취 중으로 캥거루 캐어를 할 수 없어 무균 상태로 무장한 내가 대신 우리 부부에게 찾아와 준 나단이에게 인사를 건넸다.

 

나단이는 내 목소리를 알아챘는지 몇 마디 건네었더니 금세 편안해했다.

분만 직후 나단이를 처음 만난 순간

그리고 잠시 뒤 세 식구가 함께하는 전과는 다른 삶이 드디어 시작되었다.

 

아내가 마취에서 깨기 전 분만대기실에 있던 짐들을 병실로 모두 옮기고 출산 직후 필요한 몇 가지 물품을 다시 분만대기실로 가져왔다.

 

그리고 신생아실로 갔던 나단이 의 목욕 후 알몸을 확인하고

병실에 가서 짐을 어느 정도 정리하고는 다시 분만대기실로 돌아와서 아내를 기다렸다.

 

나에게 두 번째로 긴 시간이었다.

 

얼마나 지났을까...

아내는 마취에서 막 깨어난 채로 분만실에서 나왔다.

 

두 번째로 눈물이 났다.

고생했어, 정말 고생했어 여보~

항상 평상시에는 내가 이래야 한다, 저래야 한다며 잔소리가 많지만 우리 집에 일어나는 큰 일은 항상 이렇게 당신이 다 하는 것 같아.

정말 고생 많았고 회복 잘하고 나단이랑 잘 살자 우리!

 

이제 현실이 시작되었다.

육아의 삶을 준비하기 위해 부단히 출산 후의 하루를 시작했다.

 

병실에서 우선 필요한 일들을 마친 뒤 12시간 만에 나만 다시 집으로 향했다.

물론 급하게 가져온 출산 가방에 담지 못한 나머지 짐을 가지러 간 것이다.

 

그리고 다시 돌아온 병실,

 

오늘 출산 후 우리는 참 감사했다.

늘 우리의 생각대로 되기만 바랐었는데, 이 날 또한 우리의 바람보다 더 유익 한대로 된 것 같아 감사하다.

 

예정일대로 21년 1월에 태어나서 학교에서도 더 빠른 발달 상태로 공부도 잘하길 바랐고,

금요일 저녁이나 토요일쯤 태어나서 휴일을 포함해서 출산휴가도 이틀을 더 쓰는 꼴이 되길 바라는 계산이 앞섰던 생각이 아무것도 아닌 게 되었다.

 

임신 중 검진 때마다 비교적 컸던 아이는 더 늦게 나왔으면 위험했었는데 적절한 시기에 나와줬고,

월요일 출산해서 조리원을 휴일에 이동할 수 있어서 좋았고,

또 그로 인해 조리원에서 재택근무를 휴가 없이 할 수 있었다.

 

해를 넘기지 않고 나와줘서 12월 생이라 아쉬움이 있다고 할 수 있겠으나 비교적 적지 않은 아빠, 엄마와의 나이차가 한 살 줄어들어 그것도 감사하다.

 

그냥 이런 생각 자체가 웃길 정도로 그저 건강하게 잘 태어나주고 엄마에게 큰 아픔 주지 않아 고맙다.

 

긴 하루가 지나간다.

아무리 힘들어도 오늘이라는 하루는 어제와 동일하게 저물어 가는구나.

 

강렬했던 여름 햇볕 뒤에 낙엽이 지고 새하얀 눈을 뒤로하고 새싹이 다시 피어오르듯,

너의 인생이 그렇게 피어오르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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