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25일 월요일
아침에 우리 부부는 모두 출근이라 6시 30분쯤 조심히 나단이를 안아서 장모님이 계신 방으로 옮겼다. 눕히려고 하자마자 울었다. 일단 잠을 더 자라는 의미로 장모님께 우유와 함께 나단이를 맡겨놓고 우리 부부는 출근 준비를 했다. 이번에는 아내가 노트북을 힘들게 들고 가지 않도록 내가 좀 일찍 준비해서 같이 집을 나섰다. 9호선 환승할 때는 예전과 같이 임산부인 아내가 오픈런?을 하여 내 자리를 맡아주었다. 임산부에게 자리를 양보받은 꼴이다.
여의도 역에서 인사를 하고 난 회사로 출근을 했다. 꽃가루로 눈이 많이 가려웠었는데 점안액을 좀 사용하니 훨씬 나아졌다. 오전에 Parc1에서 회의가 있다 사무실을 잠시 나왔었다. 점심 약속을 하나 잡으면 겸사겸사 좋았을 것 같다는 아쉬움이 뒤늦게 들었다.
오후에는 아내가 임산부 단축 근무로 일찍 퇴근한다는 소식을 듣고 나도 시간을 맞춰 단축 근무를 했다. 여의도 역에서 합승을 하고 김포공항까지 난 아내의 앞에서 서서 갔다. 1시간 정도 일찍 퇴근하는것도 꽤나 좋았다. 집에 와서는 나단이가 할머니 방 침대에서 놀고 있었다. 집 안에 사람이 많아서 그런지 아내와 나에게 그렇게 바로 달려오지는 않았다.
잠시 후 아버님은 식사를 하러 나가시고 나단이는 할머니가 차려주시고 먹여주시는 맛있는 저녁을 먹고 아내와 나도 어머님께서 차려주신 맛있는 식사를 했다. 잠시 후 아내가 주문한 떡볶이도 함께 먹었다. 나단이가 우리만 계속 먹고 있어서 질투가 났는지 자꾸 식탁에 참여하려고 해서 딸기를 씻어줬다. 요즘 정말 소통이 너무 잘되니 정말 좋다.
그리고 식사 중에 내가 양말을 아직 신고 있는게 걸렸는지 (아빠가 곧 밖에 다시 나갈까 봐) 양말을 벗으라고 한다. 이모와 통화 중에는 안녕과 사랑해요 박수, 기도 등 자기 할거 다 하면서 장기자랑을 한다.
웬일로 오랜만에 밥을 잘 먹었는지 식사 후 대변 냄새가 나서 바로 씻겨줬다. 똥 닦으러 가자 하고 내가 화장실로 가면 쪼르르 따라온다. 그리고 샤워기 물을 그렇게 찾는다.
낮에 예방접종을 하고 와서 샤워를 할 수는 없어서 간단하게 얼굴과 머리, 손과 발만 닦기로 했다. 다시 나단이게에 준비를 해주면서 파란색 대야를 화장실 문쪽에 엎어놓았는데, 그새 나단이가 화장실로 들어오려고 하고 있었다. 아이들에게 패턴 기억이라는 게 이렇게 작용하는 거구나 싶다. 화장실 입구에서 세면을 좀 하게 하려고 했는데 자세가 잘 안 나와서 다시 안으로 데리고 들어왔다. 그리고 그전에 계속 물을 묻힌 손을 자꾸 머리에 가져다 대었다. 아무래도 머리에 땀이 나서 간질간질했던 모양이다.
얼굴과 머리를 씻겨주는데, 예전같으면 물이 눈 코 입에 들어간다며 불편하다고 울었겠으나 이제는 얼굴을 물로 여러 번 씻고 또 본인이 직접 세면도 해보다 보니 물이 흐르면 눈을 감고 숨도 잠깐 멈춰야 한다는 걸 깨우쳤나 보다.
그렇게 머리도 감기도 얼굴도 씻기고 손과 발을 닦아 주었다. 밖에 나와서는 또 탈출이다. 기저귀를 겨우 입힌 뒤 도망 다니다가 의자에 쿵 해서 달래는 중에 겨우 상의를 입혔다.
참 즐거운 하루다. 이렇게 또 하루가 지나간다.
4월 26일 화요일
아침에 엄마가 출근할 때 충분한 예열? 이 있어서 인지 빠이빠이~(안녕) 하면서 인사한다. 나는 재택근무로 방으로 출근을 했고, 아침에 우유를 먹지 않고 놀다가 8시가 조금 넘어 아침 식사를 했다. 장모님께서 식단을 굉장히 신경 써주셔서 전보다 훨씬 식사를 잘하고 있다. 오전 근무 중 밖에서 할머니와 둘이 노는 나단이의 소리가 즐겁게 들려 한참을 기다리다 문을 열어보니 회사에서 온 어린이날 선물(과자곽들..)을 가지고 이런저런 놀이를 하고 있었다.
점심시간이 가까워서는 문화센터에 다녀왔다. 그전에 또 장모님께서 간식을 든든히 먹여주셔서 그나마 잘 논 것 같다.
나단이는 내가 나가려고 준비할 때부터 아주 껌딱지 모드였다. 밖에 나가서도 한걸음을 걷지를 않는다. 문화센터에 도착해서도 한참을 내 다리 위에 앉아있다가 중간에는 갑자기 울기도 했다. 아침 일찍 일어나서 또 낮잠시간에 점심도 먹어야 할 시간이라 그런가 보다. 그래도 나름 잘 논다. 활발하게 돌아다니는 다른 남자아이가 내 앞에 와서 나에게 흥미를 느끼고 있을 때 잠시 내 곁을 조금 떠났던 나단이가 자기 아빠라고 나한테 달려온다. 나중에 동생 생기면 이런 느낌이겠구나....
그리고 찜질방 놀이를 하는데 식혜 빨대컵 먹는 시늉에 찜질방 옷도 입고 찜질방 베개를 또 가지고 잘 놀았다. 중간에는 또 내 양말을 보더니 벗으라고 해서 벗어줬다.
그리고 이 날의 하이라이트는 참석한 아이 엄마보다 아이 아빠가 많았다는 것이다. 어쩌면 너무 일반적인 일인데, 내가 겪어본 적이 없어 낯설면서도 참 기쁜 현상이었다. 그리고 집에 오는 길에 나단이는 잠이 들었고 잠시 커피를 사들고 집에 돌아왔다. 그대로 할머니 방에 눕혀놓고 식사를 했다. 장모님께서 시장에 갔다 오셔서 바로 또 이것저것 음식을 하시고 나단이 옆에서 낮잠 자는 동안 또 보살펴 주셨다. 오후에는 또 할머니와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나도 근무를 마치고 곧 아내도 퇴근을 했다. 말을 하지는 않지만 다 알아듣는 나단이. 말이 아직 안 하는 이유가 우리가 잘해줘서 그런 건가, 답답해서라도 말을 할 텐데....라는 생각도 해본다. 저녁에 할머니 할아버지가 가시고 나단이에게 씻자고 했다. 같이 씻으러 가자고 했더니 고개를 젓는다. 그런데 화장실로는 간다. 혼자 씻을 거냐고 했더니 그렇단다. 스스로 하고 싶은데 늘어나는 시기인 것 같다. 자신감을 심어줄 수 있는 좋은 기회 같다. 뭐든지 해보고 그 과정에서 안 되는 것도 배우고 또 도전하는 것에 대한 두려움도 이겨보면서 세상을 탐구하는!
화장실 앞에서 곧 샤워 핸들을 가리켰고 또 안으로 들어가서는 곧 샤워핸들을 잡는다.
꺼내 줬더니 자기 스스로 몸을 안으로 끼워 넣는다. 와우!
난 바로 샤워기를 나단이를 씻겨줬다. 굉장히 만족스러웠다. 스스로 하게 만드니 육아가 참 수월하다.
걷는 것도 다시 좀 하면 좋겠다^^
어제에 이어 오늘도 우유를 먹자고 얘기해봤다. 엄마 품에서 떨어지지를 않던 나단이는 우유 먹자고 하니 또 순순히 나를 따라서 침대에서 나왔다. 주방에서 우유병을 나단이에게 들고 있으라고 주고 나는 우유팩을 열어 나단이에게 다시 우유병을 받아 옮겨 담았다. 그리고 침대로 가서 자연스럽게 눕고 먹고 우유병을 내게 주고 잔다. 가 아니라 침대에서 한참을 논다. 새싹이 자라나는 동안 아내는 입덧으로 고생 중이다. 그나마 나단이를 씻겨서 땀냄새 등이 좀 빠져서 그나마 덜하다. 그래도 그냥 집 냄새 이불 냄새 물 냄새 침 냄새까지.. 이런저런 것들도 오늘도 아내는 일찍 잠이 든다. 입덧을 잘 견뎌내고 있어 안쓰럽다. 그만큼 새싹이가 무럭무럭 자라고 있다는 생각을 해본다.
오늘도 기도손 잘하는 나단이와 하루는 저물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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