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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 육아/이야기

매일 매일 부지런히

by 가을목소리 2022. 2.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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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을 사용하는자와 시간에 끌려가는자의 사이에서 나는 어디 즈음에 있을까?

 

2월 12일 토요일 아침 재밌는 일이 있었다.

아침에 잠깐 아내가 운동을 간 사이 먹다가 만 이유식을 내가 먹이는데, 나단이는 이유식에 흥미가 점점 떨어져 거부하기 시작했다.

이 때 나도 배가 고파 남아있는 1개의 바나나를 가지고 와서 먹으면서 일부를 떼어 이유식 그릇에 넣어서 같이 주었다.

역시 바나나는 잘 먹는다. 그리고 이유식은 먹기 싫다고 손을 이리저리 휘둘러서 나단이 손과 입은 손수건으로 좀 닦아 주고 건더기를 닦아낸 내 손을 씻으려 잠시 화싱실에 간 사이.

 

밖으로 나오려고 뒤를 돌아보니 나단이는 손을 뻗어 식탁 위 이유식 그릇 안에 있는 바나나를 정확히 한번에 손으로 잡고 있었다. 눈에 보이지 않는 위치임에도 아주 정교한 손짓이었다. 내가 말을 하기가 무섭게 나단이는 순식간에 바나나만 골라서 입에 넣고는 나를 등지고 걸어갔다. 마치 TV 프로그램 동물농장에서 반려동물이 숨겨둔 간식을 몰래 먹다가 걸린 렸을 때의 모습과 아주 똑같다.

 

혼자 잠시 웃고난 뒤 이유식을 마무리 하고 곧 아내가 왔다. 아내에게 흉내를 내며 얘기해주니 너무 똑같다며 함박 웃음을 지었다.

오후에는 약속대로 아내 학교 후배 결혼 인사 겸 목감에 갔다. 생각보다 그리 멀지 않은 위치였다.

나단이는 낮잠 시간이 애매했지만 이동하는 차 안에서 조금이나마 잠을 잤고, 도착해서는 집 주인인 아내의 선배가 임신중 남편과 함께 식사 준비를 해 놓고 기다리고 있었다. 우리가 출발이 늦었는데도 불구하고 배고플텐데 기다리고 있었나보다. 바로 식사를 하며 얘기를 나누는데, 나단이는 계속 껴달라고 보챘다. 이모가 잠시 노트북을 켜고 일을 할 틈에도 참견하며 자기도 하고 싶다고 어필을 참 많이 했다. 그리고 결혼할 친구는 예비신랑을 만나고 하나님께서 보이지 않는 손으로 인도하시고 계시고 하실 것에 대한 삶을 나눠주었는데 굉장히 은혜로웠다. 뭐 이러저러한 많은 얘기를 나누다가 시간이 꽤 흘러가던 중 한쪽 방에 나단이를 데리고 가서 친숙하게 좀 만들어 보려고 했다. 마침 창 밖에 지나가는 차들이 보여 나단이는 흥미를 보였다. 그리고 또 시간이 조금 흘러 나단이를 재웠다. 잘 잔다.^^

저녁 시간이 되어 집에 오는 길에 성인이 후배를 내려주고 우리는 집 근처 쌀국수 집에서 식사를 했다. 나단이는 아내 뒷편에 있는 교회 청년부로 보이는 누나들에게 아주 관심이 많았다. 덕분에 우리도 식사를 편하게 마무리 했다.

2월 13일 일요일 아침. 하루 전 회사에서 앞단계 작업이 마무리 되고 오늘은 내가 담당하는 영역의 본격적 작업이 있었다. 아침부터 PC 접속을 하고 계속 근무를 했다. 11시에는 잠시 집에서 비대면 예배를 드렸다. 나단이는 역시 자기도 울타리 안으로 들어오겠다고 자기 주장을 펼쳤다. 오후에는 나단이가 낮잠을 자고 그 사이 나는 업무를 잘 이어나갔다.

낮잠 이후에 아내는 나단이를 베이비엔질스로 장모님과 함께 데려갔다. 중간 중간 카톡 사진 공유로 들려 오는 소식이 물놀이를 아주 평화롭게 잘 하고, 놀이방에서 최애 장난감 유각제니쥬를 실컷 즐긴 모양이다.

 

육각제니쥬 꼭 사주고 싶은데, 시간이 계속 흐른다. 중고에는 사각밖에 나타나지 않고 새제품을 사고싶지만 어찌될지 잘 모르겠다.

 

2월 14일 월요일 아침. 전날 11시가 넘어서 업무를 마무리 했다. 너무 피곤하고 또 아침에 일찍 확인이 필요하여 재택근무를 하기로 사전에 회사에 얘기했다.

그렇게 세수도 안하고 바로 업무를 하다가 10시 반정도에 화장실에 가서 세수를 좀 하고 있었다.

그 사이 밖에서 나단이가 크게 우는 소리가 들렸는데, 다른 가족이 있으니 난 하던 것을 마무리 하고 밖에 나왔다. 나와보니 아내만 근무 중이었고, 나단이는 화상을 입었다면서 급하게 장모님과 병원으로 나갔다고 했다.

 

그 긴박한 상황에 내가 없었던게 다행이였는지 모르겠으나, 응급처치를 나름 하고 병원으로 간 것으로 보여 다행이었다. 근처 소아과에서는 내과나 다른 병원으로 가보라고 안내를 해줬다고 했다. 그래서 난 바로 119에 전화해서 근처에 갈만한 병원이 있는지 문의했다. 빠르게 강서구에 아이에 대한 화상 치료가 가능한 병원 2곳과 영등포에 있는 화상 전문 병원을 안내받았다. 그 사이 장모님께서는 이대병원으로 곶장 향하셨다. 내가 연락해본 강서구내 2곳은 전부 결론적으로 불가였다. 장모님께서 빠르게 큰 병원으로 가신 것이 다행이었다. 다른 두 병원은 한 곳은 담당하시는 원장님이 월요일 출근이 아니라고 했고, 다른 한 곳은 또 기억은 나지 않지만 아이들은 따로 처치가 어렵고 간단한 드레싱 밖에 안된다고 했다. 이러면 그냥 처음부터 119에 전화해서 응급처치를 받기만 했어도 좋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안내받은 병원들이 사실상 도움이 안되니...아쉬웠다.

 

아내와 급하게 외출 준비를 하고 병원에 갔다. 나단이는 오른쪽 팔에 1도 화상 정도로 진단을 받았다. 쿨링 처리를 응급실에서 받고 해열제를 받아왔다. 수포까지 올라오지는 않았지만 화상이 진행성이라 하루 뒤에 심해지면 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들었다. 혹시 수포가 생기면 절대 터뜨리지 말고 병원에서 꼭 치료 받으라고 했다. 나단이의 팔을 보니 붉게 피부가 놀라있는 상태에서 군데군데 작은 봉우리들이 보여서 혹시나 수포가 올라오면 어쩌나 걱정이 되었다.

(하루 뒤 : 붉은 피부색은 남아있으나 수포가 발생하지 않고 상태가 호전 된 것 같다.)

 

나단이 덕분에 우리는 점심시간 외식을 했다.

자주 가던 찜닭 집에 갔다가 아내가 먼저 일 봐야한다고 해서 나 혼자 남아서 밥을 먹고 버스로 복귀했다.

 

뒤늦게 말 할 수 있는 사실 하나는 내가 못봤던 사이 나단이의 울음은 화상입어서 놀란 것 보다 컵을 못만지는 슬픔과 냉찜질한다고 팔을 잡아서 불편했던 이유 떄문이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그만큼 화상이 큰 상처로 남지 않았음에 다행이었다.

언제나 그렇듯 아이에게 안전한 환경을 먼저 제공하고, 통제가 필요할 때 차단을 한 뒤, 아이가 불편해하면 공감을 해주고 다시 제대로 차단하고 대안을 제시해주는 패턴을 잘 해야할 것 같다.

 

나단이는 이미 일요일에도 식탁 의자에 올라가서 식탁에 있는 물건들을 만지막 거리기 시작했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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