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WISH YOU THE BEST IN YOUR LIFE.
- 2021. 5. 2
해가 뜨니 아이도 눈을 뜬다.
창 밖의 햇살을 두꺼운 커튼으로 막아도 이 작은 아이가 아침을 안다는 것도 참 신비롭다.
아내가 조리원 동기를 통해 알게되어 지난주 방문했던 일산의 피치 스프링스에 다시 한번 방문했다.
지난주보다 빠르게 개장시간 전에 도착했다.
이미 한 팀이 있었고, 고요한 봄날의 아침에 에피타이저가 되었다.
잠시 후 자리를 잡고 앉으니 이미 밖에는 2팀이 대기하고 있었고 다 먹고 나올때까지 기다리는 손님은 늘어만 갔다.
한 사람의 인생도 이렇게 맛집과 같다면 사는게 얼마나 즐겁고 보람찰까.
어제 밥도 잘 못먹은(부모인 나의 입장에서만...평소 수유량의 반도 못채워서) 아이는 너무나도 차분히 있어줬다.
그리고 함께 첫테이블에 착석한 다른 팀들이 자연스레 눈에 들어왔다.
할머니, 할아버지, 엄마, 아빠와 온 아들
또 부부인가 싶었는데 이 아침 일찍 소개팅을 아닐 것 같고 아직 만난지 얼마안된 연인으로 보이는 남녀
예쁜 공주 옷을 입은 딸 아이와 부모
등등.....
처제가 발견한 건 우리 테이블만 음식을 공유했다는 점이다.
나는 이 상황중 아이가 있는 테이블에 관심이 쏠렸다.
직관적으로 너무 비교가 되서 말이다.
주문을 하고 기다리는 중
남자 아이는 스마트패드로 유튜브를 보고 있었고(게임같은),
여자 아이는 색칠놀이를 주도적으로 하며 엄마아빠는 아이에게 집중하며 함께 아이의 놀이를 도와주고 있었다.
그리고 잠시 뒤 음식이 나올 때
여자 아이는 색칠놀이를 정리하고 엄마가 꺼내주는 유아용 접시, 식칼, 포크등 식기류를 자기 자리 앞에 놓았고,
남자아이는 줄곧 유튜브를 보고 있고 옆에 어린이 음식을 놓을 수 있도록 스마트패드를 테이블 끝으로 조금 이동시켜줬다.
이제 식사를 시작한다.
여자 아이는 준비된 유아용 식기류로 잡고 썰고 한다.
역시 엄마 아빠가 도와준다.
남자 아이도 코앞까지 놓아준 스마트패드를 보며 식사를 한다.
역시 밥은 어른들이 먹여준다.
대화도 차이가 보인다.
여자 아이가 주인공이 되어 엄마 아빠는 대화를 이어간다.
남자 아이도 주인공이 되어 유튜브 시청을 이어간다.
엑스트라가 된 어른들은 그들끼리 대화를 이어간다.
두 손님집단의 모습은 참 비슷한데 많이 다르다.
모두 아이를 사랑하는 가족들이다.
모두 아이에게 많은 것을 해주고 있다.
이쪽 부모는 아이에게 색챌공부책을 사줬을 것이고
저쪽 어른들은 스마트패드를 사줬다.
스마트패드가 훨씬 비싸다.
어른 두 사람이서 아이 하나를 돌본다.
다른 어른들은 넷이서 돌본다.
이쪽 부모는 아이가 준비할때까지 식사를 기다린다.
저쪽 가족은 아이가 먹을때까지 어른들이 기다린다.
그 이유는 이쪽 가족은 아이가 식사할 수 있도록 유아용 식기류를 준비했고,
저쪽 가족도 아이가 식사할 수 있도록 어른의 힘과 어른의 식기류로 먹여주기 때문이다.
이쪽 아이는 서툰 손동작으로 흘리고 실패를 반복하며 예쁜 옷에도 묻히고 오랜 시간이 걸려 식사를 이어간다.
저쪽 아이는 식사 전부터 보던 유튜브를 광고없이 또 광고외의 다른 방해없이 쭉 이어서 시청을 하며 식사도 시간낭비(?)없이 빠른 시간에 식사를 마친다.
빅데이터 분석을 하면 아마 저쪽 아이가 상당히 많은 지원과 사랑, 결과물을 만들어냈다고 볼 수 있을 것 같다.
학교로 치면 영재학교 정도?
그러나 적어도 내 눈에는 그래도 이쪽 아이처럼 우리 아이가 클 수 있었으면 좋겠다.
그만큼 내가 가진 다른 것(물질 등)이 아닌 바로 '나'(나의 시간 등)를 아이에게 주는 것이 가장 좋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물론 저쪽 아이의 경우 어른들끼리 중요한 이여기를 해야할 수 도 있었을 것 같고, 할아버지 할머니와 엄마 아빠의 관계가 어느정도 긴장도는 있어보였다.
남편부모님, 아내 부모님 할 것 없이 너무 까부는 나와는 많이 다르고 상당히 공손한 분위기였다.
5월은 가정의 달이다. 어버이날도 있지만 어린이날도 있다.
내가 보기에 두 테이블의 아이 모두 그 테이블에서 왕이었다.
(만약 예전과 같이 아이가 태어나면 온 동네가 키우는 오늘날이 되었다면 두 아인 비슷한 왕, 교류하는 왕이 될 수도 있었을 것 같다. 아쉽다.)
그런데 난 이쪽 여자 아이같은 왕이 좋다.
이쪽 부모의 모습을 보며 지금 아이와 놀아주는 나의 시간을 되돌아보았다.
우리 아이도 아직 4개월 정도를 지나고 있는 작은 아이지만
오늘 봤던 모습과 동일하게
장난감과 둘이 놀때는 말 수가 적어지고,
어른들과 놀때 말수가 많아지고(물론 옹알이) 더 즐거워한다.
아내가 내게 했던 말이 떠오른다.
아이한테 가장 좋은 모빌이 있는디 뭔지 아냐고....
그건 엄마모빌이란다.
아이에게 가장 좋은 장난감은 아빠장난감구나.
아빠운서,아빠역류방지포옹, 아빠침대, 아빠체육관, 아빠오잉기 등등이 되어야겠다.
(5월 6일...기사가 마침 떴다. '오은영 박사님' https://m.news.nate.com/view/20210506n08196)
아무튼 오늘 피치스프링스 너무 맛있었다.
그런데 난 음식 맛도 맛이지만 이렇게 어제부터 내 몸이 열흘이 넘게 하루 1~2시간씩 발생했던 두통이 없는 이틀을 보낼 수 있게 도와주신
장모님, 처제님, 아내님에게 감사하다.
체력을 기르자.
아내도 나처럼 몸이 쉴 수 있도록 하자.
라고 선포하며 오늘도 감사.
그리고 집에 돌아와서는 장모님이 시온이를 또 봐주시고 난 오후에 오랜만에 달리기를 했다. 너무 좋다. 몸이 좀 무거워서 무거운대로 기록에 연연하지 않고 편안하게 뛰었다. 운동하고나서도 두통이 오는게 좀 희안했지만 그래도 요며칠 두통이 없어서 너무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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