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수성찬과 금식
명절이 끝나고 2월 3일이 되어 아내는 출근 나는 연휴가 하루 더 있어 집에서 육아를 했다.
내가 쉬는 날인데도 장모님께서는 새벽부터 오셔서 또 이른 아침 나단이를 봐주셨다.
오전에 장모님은 나단이 이유식까지 먹이시고 잠시 후 미용실에 가셨다. 그 뒤 나는 나단이와 잠시 놀다가 바로 김포공항몰 유아놀이터가 생각나서 외출준비를 했다.


혼자서 부랴부랴 짐을 챙기고 대충 씻고 나단이 마스크까지 씌우고 김포공항몰로 향했다. 도착하니 11시가 되었다.
놀이터에 도착했을 때는 아무도 없었다. 모든 공간을 마음대로 쓸 수 있다고 좋아하는 나와 달리 나단이는 미끄럼틀이나 터널은 한번정도 이용하고는 바로 나한테 달라붙었다. 아무래도 아무도 없어서 그런지 좀 편안하지 않았던 모양이다. 아니다싶어서 다시 짐을 챙겨 온김에 기저귀나 갈자하고 유아휴게실에 갔다. 역시나 아무도 없었다. 기저귀 하나를 갈고 나니 땀이 나고 있었다. 그리고 그냥 가기에는 아쉽고 또 주차비도 그렇고 온김에 점심을 먹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장모님과 장인어른도 오셔서 같이 식사하면 좋겠다 싶어 연락을 드렸으나 장모님께서는 그냥 따로 먹자고 하셨다. 의도를 직접 말씀드리지는 않아서 아쉬웠지만 잘 된 일이다.
GF층과 MF층 식당가를 한바퀴 반은 돌아다녔다. 나단이 식사를 안챙겨왔기에 맛있는 쌀밥이 있을법한 덕인관을 선택했다.
식당에 도착해서는 아직 이른시간이어서 그런지 손님이 그렇게 많지는 않았다. 적당히 다른 손님과 가깝지 않은 2인석을 골랐다. 짐을 내려놓고 아기띠로 나단이와 함께 서있는 상태로 메뉴를 고르고 직원분을 호출했다. 젊은 남자분이 달려오셨다. 조금 전 식당에 들어올때 그냥 걸어다니셨던 것 같은데, 애가 있어서 좀 빨리 달려오신 것 같았다. 그리고 주문을 하면서 밥 좀 많이 달라고 했는데, '아 원래 안..아 네 알겠습니다.' 하고 주방으로 주문을 넘기셨다. 뭔가 좀 큰 애도 아니고 돌 지난 애랑 아빠랑 있는 모습이 낯설었는지, 안쓰러웠는지 평소안된다고 하는건데 갑자기 생각이 바뀌어 답변을 한 느낌이다. 그리고 난 유아의자를 직접 번쩍 챙겨서 자리에 놓고 식사 준비를 했다. 잠시 뒤 주문한 육회비빔밥이 나왔는데, 이런! 공기밥을 그냥 2개를 주신게 아닌가. 와우! 나단이 숟가락도 안가져와서 식당에 있는 아이식기를 받아서 사용했는데, 숟가락과 포크가 좀 크긴했다. 그래도 갓 지은 맛있는 쌀밥을 꾹꾹 눌러서 먹이는데, 나단이는 정말 맛있게 먹는다. 고맙네 아들!
식비 계산과 주차등록을 마치고 다시 한번 놀이터로 가보았다. 그 사이 형와 누나들이 와서 놀고 있었다. 밥도 먹었는데도 나단이는 크게 관심을 주지 않았다. 나는 바로 집으로 돌아왔다. 그냥 돌아다니며 구경한것도 피곤했는지 차 속에서 잠을 안재우려고 했는데 집에 도착하기 3분전 신호 대기 중에 나단이 손과 무릎을 만지며 깨어있도록 하는데도 딱 그 시점에 잠들었다. 집에 도착해서는 그대로 나단이를 침대에 눕혔는데 그대로 쭉 잤다. 1시간 50분 정도를 자고 일어난 후에는 아내가 만들어 놓은 간식을 줬다. 그리고 잠시 뒤 배고플 것 같아 분유를 조금 줬다. 잘 먹는다. 배가 부를때와 그렇지 않을때의 컨디션은 확실히 다르다는 걸 다시 한번 느낀다. 잠시 뒤 나단이는 나에게 자꾸 다가온다. 기저귀를 갈아달라는 것이었다. 소변을 봐서 기저귀가 답답했던 모양이다. 기저귀를 갈아주고 바지를 안과 밖을 뒤집어 입혀서 다시 입히던 중 장모님께서 오셨다. 나에게 낮잠 좀 자라고 하시면서 오셨다는데, 낮잠을 잘 계획은 없어서 겸사겸사 샤워를 하기로 했다. 그러다가 샤워할거면 밖에 나갔다 올까라는 생각이 들었고 곧바로 아하! 계절의 맛을 오늘 가볼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장모님, 장인어른, 아내 모두에게 동의를 구하고 바로 예약을 했다.
계절의 맛 식당에 갔을 때는 입주 직원들의 휴일이여서 그런지 평소와 달리 사람이 별로 없어서 좋았고, 제일 좋은(?) 방으로 안내 받았다. 가격을 미리 생각 안하고 와서 생각보다 비쌌지만 다시 한번 가족들의 동의를 구하고 코스요리를 먹기로 했다. 또한 동시에 직원분께서 할인도 알아봐주셔서 감사했다. 정말 산해진미라고 할 수 있었다.
나단이는 우리 식사가 시작될때 즈음에 이유식을 다 먹고 방안을 종횡무진 걸어다니기 시작했다. 공기청정기는 물론 소화기와 본인이 만질 수 있는 모든 물건들을 접수했다. 그리고 신발신고 다니는 바닥이었지만 아내의 의견에 따라 과감하게 신발도 벗기고 맨바닥에 손을 대는 것을 막지 않았다. 자아가 생기고 걸어다닐 수 있게 되면서 점점 하고 싶은게 많아지고 제한당하는 것에 대한 감정(일명 뻐팅기기, 고개 뒤로 젖히기)도 표출할 줄 안다. 즐겁게 식사를 하는데 다들 맛있게 드신 것 같아서 기분이 좋았다.
집에 돌아오는 길에 나단이는 다시 잠시 잠을 청했다. 부모님 두분을 댁에 내려드리고 집에 와서는 나단이에게 분유를 줬다. 평소보다 조금 늦게 줬는데도 분유를 거의 다 먹을때쯤 토를 하고 말았다. 코와 입 양쪽으로 했는데 하필 침대에서 수유 중이어서 나단이와 나, 이불과 침대커버가 세트로 나단이의 토사물을 맞이했다. 씻으로 들어간지 얼마안된 아내를 급하게 불러서 도와달라고 하고 나는 그대로 나단이와 함께 거실 화장실로 이동했다. 내용물에는 저녁 식당에서 먹은 과일이 거의 그대로 있었다. 씹지도 않은 채 먹은 메론과 용과의 검은씨가 눈에 띄었다.
아내의 도움으로 나단이를 오밤 중 목욕시키고 아내보다 내가 먼저 샤워를 하게되고 그 사이 아내는 혼자서 이불 뒷정리를 다 해놓았다. 샤워를 마치고 난 후 나단이와 함께 아내가 정리해준 깨끗한 침대 위에서 잠을 청했다. 그리고 눈을 뜨니 장모님께서 나단이를 데려가신다. (아침이다.)



진수성찬, 아주 잘 먹은 하루가 지나갔다.
4일이 되어 아내는 역시 사무실로 출근하고, 나는 방으로 출근했다.
오늘은 나단이 검사가 있는 날이다. 나단이 잠재우고 영상검사하는 바로 그 날이다. 검사를 취소하고 싶어했던 그 검사.
의도한 것은 아니지만 확진자가 늘어나는 가운데 난 재택근무 중이었고 장모님도 병원에 혼자 가시려고 하시길래 회사에 얘기하고 잠깐 외출을 했다.

병원에 도착해서는 여전히 입장 전 출입증을 뽑는데 유아도 별도 출입증을 뽑으라고 했다. 오랜만에 와서 기억이 안나는 것인지 모르겠지만 불편하게 더 뽑아라고 하는 것 같고 또한 메뉴도 선택지가 다른 항목이어서 주민번호를 입력했는데도 주민번호를 다시 입력하라고 경고창이 뜨고 시작부터 또 마음의 여유를 갖기 어려웠다.
접수하러 지하1층에 갔다가 대기가 긴 것 같아 순간 1층이 더 빨랐던 것 같아 혼자 올라가서 바로 접수를 먼저 완료했다.
안내에 따라 2층 체혈실에 가서 소변패치를 먼저 붙였다. 그리고 이어서 핵의학과로 건너갔다. 도착한 핵의학과에서는 소아과에 가서 먼저 수액을 맞고 와야한다고 했다. 같은 지하1층이지만 두 장소의 거리는 꽤 멀었다. '그럼 처음부터 소아과로 오라고 하지 왜 검사하러 바로 핵의학과로 오라고 안내하는건가요?'를 시작으로 본인은 이런 문제로 불편한게 없으신가요라고 하는 등 난 불만을 가감없이 쏟아냈다. 지난해 나단이가 입원했을 때 병동에서 겪었던 여러 문제들(물건을 가져가놓고 다음 교대자가 어딨냐고 물어보는 것부터 주간호사란에 이름표를 빼놓는 등 여러가지 미묘하게 보호자 약올리는 듯한 행동들...과 정말 맛없던 보호자 식사까지)이 곧바로 떠올랐다. 대체 이 병원은 얼마나 이윤추구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인지 이런 병원이 돌아가는 시스템이 엉망인지 돌아보지 않는 것 같다.
또한 소아과에서 주사바늘을 꽂는데도 거의 1시간이 걸렸는데, 주사바늘을 꽂기 전에 적절한 혈관을 찾기위한 사투로 나단이는 오열하며 절규를 하는 모습이었다. 어쩌다 나도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의학의 발달로 과잉진료를 하게 되는 시대라는 생각이 자꾸 머리속에 남는 시간이었다. 검사하기 전에도 하기 싫었고 그래도 하자고 결정했기에 있고 있었던 사실이 다시 머리속에 강하게 각인되었다. 그래도 몸에 이상만 없다면 이번이 마지막 추적관찰이니 감사하게 생각하자.
수액을 꽂은 후 다시 핵의학과로 넘어가는 동안 수액은 한방울도 떨어지지 않았다. 다시 도착한 핵의학과에서 담당하시는 분께 수액을 꽂기만 하고 여기와서부터 주입하는거냐 물었더니 눌려서 그런거다라고 하신다. 그런데 나단이는 눌린적이 없다. 비교적 예민?혹은 섬세한 나로서는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었다. 다음부터는 사전에 수액속도계?를 미리 확인하고 다녀야겠다. 그냥
이차저차 정리가 되고 나는 장모님과 나단이를 병원에 남겨두고 사무실(집)로 돌아오려다가 그냥 오면 장모님 식사를 대충 때우실 것 같아 지하식당에서 식사를 같이 하자고 했다. 장모님께서는 그럼 보인이 계산하신다고 해서 나는 그렇게 하자고 했다. 그런데 다 좋은데, 하필...... 맛이없네. 정말 이대서울병원은 문제가 많은 것 같다. 나만 그런가...
집에 돌아왔다가 다시 2시가 되어 검사가 끝났을 나단이와 장모님께 갔다. 고생하신 장모님을 위해 잠시 커피를 주문 했다. 나도 마시고 겸사겸사 병원와서 만족스러운 건 빠리크라상 커피뿐인 것 같다.
어제는 참 잘 먹은 것 같은데, 오늘은 어제와 비교되게 나단이는 식사가 빈약했다. 점심도 이대서울병원 식당의 아쉬운 식사였고 나단이는 오전 8시부터 오후 잠에서 깬 4시까지 완전 금식이었다.
잠시 뒤 장모님께서 이유식 줄까?라는 말씀에 나단이는 이전엔 어디 가지 말라고 찡찡댔는데 이번엔 손을 뻗으며 어서 이유식 주세요라는 의미로 찡찡댔다고 했다.
다시 한번 느끼는거지만 나단이는 다 알아듣는다. 우리가 못알아들을 뿐이지.
금식이 해제된 후에는 분유와 이유식, 물 까지도 굉장히 맛있게 먹었으며 나 또한 장모님, 장인어른과 함께 저녁 볶음밤을 정말 맛있게 먹었다. 퇴근하고 돌아온 아내 또한 정말 맛있게 먹었다.
아내가 잠시 운동을 간 사이 나는 이미 수유를 마치고 놀고 있는 나단이를 낮잠을 많이 잤음에도 불구하고 아무렇지도 않게 밤잠을 재웠다. 시계를 들고 들어가지 않아 언제부터 재우기를 시작했는지는 모르겠으나 비교적 짧은 시간에 재우기에 성공하고 혼자 뿌듯하게 안방문을 닫고 나왔다. 곧바로 아내에게 카톡을 보냈다. 보람찬 기쁨을 표현했다.^^
집에 도착한 아내도 실제 상황을 보고선 칭찬해줬다. 고마워요, 여보!
요즘 날로 날로 코로나 확진자가 늘고 있다. 오미크론이 우세종으로 올라오면서 확산세가 오르고 있다. 이번 휴일에는 집에 있어야할 것 같다. 나단이도 나름 많이 밖에 놀러다녔으니 내일과 모레는 엄마, 아빠와 집에서도 부족함없이 즐겁게 지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