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식, 문화센터 복귀, 당근
4월 11일 사무실 출근을 했다.
아내는 피곤한데도 아침 일찍 일어나자 마자 바로 전날 챙겨놓은 노트북을 무겁게 들고 사무실에 먼저 출근을 했다.
내가 같은 시간에 출근해서 역까지라도 좀 가방을 들어줬으면 좋았겠다 하는 아쉬움이 있었다.
출근 후 L책임, K책임, K선임과 함께 점심시간 같은 테이블에 앉았다가 현대백화점에 커피를 마시러 갔다왔다. 올댓커피, 꽤나 맛있었다. 음료를 받고 잠시 테이블에 앉았다가 옆테이블의 아주머니 4분을 보며 우리도 저렇게 살아야는데 하다가 그 옆에 신나서 소리지르는 아이가 탄 유모차를 힘겹게? 밀고 가고 있는 부모를 보며 우리의 현실은 아주머니들과 다르다는 등 수다를 떨었다. 봄날씨가 정말 좋아서 모처럼 출근해서 산책다녀온게 좋았다.
퇴근 즈음에는 내가 조금 일찍 나와서 아내를 데리러 갈까 했는데, 갈팡질팡 그냥 퇴근하게 되었고 대신에 아내가 여의도에서 밥을 먹자고 했다. 여러 후보군을 뽑았다가 브루클린버거집을 방문했다. 나름 맛있게 먹었다. 중요한 건 음식이 조금 늦게 나오긴 했지만 우리 부부가 어쩌다 수다떨다 정말 늦게 나왔다는 것이다. 거기에 추가로 내가 가까운 여의도역으로 가서 5호선 타면 되는데 여의도역으로 가면 환승을 해야한다고 착각을 하고 여의나루역으로 가자고 해서 많은 거리를 이동하다보니 시간이 더 소요되었다. 덕분에 운동도 하고 장모님 퇴근도 늦어지고 말았다.
집에 오니 나단이는 이제 뭐 보고싶었어요~라는 표현도 없다. 그저 신나게 놀다가 어 왔어? 하는 표정이다.
너무 웃긴다.
4월 12일 화요일 둘 모두 재택근무
아침에 출근해서 우리 부부는 열심히 일을 하고 나단이는 열심히 할머니와 밀당을 한다. 아내와 내가 잠깐 문을 열고 나갔다하면 자기랑 놀자고 하다가도 또 신나게 놀이에 집중하고 있을 어떤때는 한번 쳐다만 보고 그냥 잘 논다.
점심시간에는 문화센터에 오랜만에 갔다. 장인어른까지 온가족 총출동을 할까 했는데, 장모님과 아내까지만 같이 갔다. 나는 나단이와 함께 애기똥풀 5번방으로 갔고 장모님과 아내는 먼저 식사를 하러 이동 했다. 도착한 곳에는 워밍업으로 비눗방울 놀이를 하고 있었고 나단이는 크게 어색해하지 않고 곧바로 안으로 들어왔다. 이름표를 붙이고 내 무릎에 앉아 김ㄷㅇ어린이, 박ㄱㅇ어린이, ooo어린이, 이ㅅㅎ어린이 등 총 5명이 출석했다. 처음에 이야기판을 선생님이 들고 아이들 한명 한명 설명 해주는 시간이 있는데 나단이는 이제 그 원리가 궁금했는지 이야기판 뒤쪽을 본다. 유전자란...
그리고 곧 검은쌀 놀이가 시작되었다. 예전에 비하면 뜸 들이는 시간이 상당히 줄었다. 나단이도 이제 점점 사회의 한 구성원이 되어가는 것 같다. 검은쌀에 숟가락에 소쿠리에 점등별까지~ 아주 재미나게 놀았다. 나 끝나고 정리를 하고 있을 때 아내가 문에 서있었다. 나단이는 뜻밖의(?) 엄마의 등장에 아주 좋아했다. 식사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데 잠시의 외출시간이 참 좋았다.
장모님 댁 단지 안에 있는 정말 큰 분홍 벚꽃나무의 꽃비가 정말 아름다웠고, 돌아오는 길에도 동네길에 벚꽃 휘날리는 모습이 너무 예뻤다. 난 꽃놀이 다한 것 같다.
집에와서 나단이를 재우고 근무를 했다. 그리고 아침에 당근에서 좋은 물건을 거래하기로 한 품목 주인으로 부터 답이 왔다. 오후에 밤 시간에 거래가 가능하다고. 처제가 영상통화가 왔을 때 나단이는 개인기 3종세트를 연속으로 보여줬다. 카카오톡의 페이스톡 소리가 들리자 휴대폰쪽을 보더니 이모 얼굴을 보고 1 안녕을 하며 손을 흔들었고, 2 곧 사랑해요 하며 머리위로 손을 모았고, 3 기도손까지 하며 이런 행위를 하면 사람들이 좋아한다고 인식하고서는 아주 적극적으로 보여줬다.
저녁식사, 분리수거, 식기세척기 가동 등 저녁 할일을 어느 정도 마치고 당근 거래를 하기위해 장모님과 밖으로 나갔다. 비가 조금은 내리고 있었으나 그렇게 많이 내리지는 않아 다행이었다. 물건은 꽤나 괜찮았다. 트렁크가 아닌 뒷자석에 물건을 넣어서 가져오다 보니 운전을 좀 더 신경쎠서 했다.
최근 나단이의 모습이 변하는 것을 보면 참 재밌다. 이제는 나가는 것을 좋아해서 마스크도 거부하지 않고 얼굴을 먼저 가져다 대고, 오늘은 또 문화센터 가기 전에 손톱을 깍는데 다른 도움을 좀 받긴 했으나 깨어있는 상태에서 손톱을 다 깎도록 자기 손을 내어줬으며, 기도손도 부쩍 잘한다.
아이들은 어른들의 반응에 따라 자신이 무엇을 해야하는지 배우는것 같다. 그리고 그 반응에 따라 아이들은 감정에 대한 학습, 정서적 발달 등이 일어나는 것 같다.
오늘 하루만큼 자란 아이 앞에서 나도 퇴보하지 말고 안주하지 말고 아빠로 또 자녀로 더 성장하자.
어느덧 봄내음이 물씬 풍기고 이어서 송화가루가 날릴 이 풍성한 봄날, 모든 새싹들이 잘 자라났으면 좋겠다.